아하! 알고보면

작은 어항 속 잉어, 코아 이야기 – 나를 가둔 건 어쩌면 나였을지도.

글쓰는 티암 2025. 4. 20. 21:29

 

물속을 유유히 떠다니는 잉어 한 마리, 이름은 코아예요.

아주 작고 예쁜 어항에서 태어난 코아는, 그 안에서 자라며 세상을 배워갔어요.

하루 세 번 떨어지는 먹이, 유리벽 너머 오가는 사람들, 그리고 작은 인공 산호와 인형처럼 생긴 다이버 장식들.

늘 같은 자리에 있고, 같은 풍경이 반복됐죠.

코아는 그게 전부인 줄 알았어요.

 

가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잉어는 이 정도 크기가 적당해.”

“어항 안에 있으면 너무 커지지 않아서 좋아.”

그 말들은 어느새 코아에게 보이지 않는 틀이 되었어요.

‘나는 큰 물고기가 아니야. 나는 이만큼이야.’

코아는 그렇게 스스로 자라기를 멈췄어요.

마음속에 작은 벽이 생긴 거죠.

 

그러던 어느 날, 코아는 작은 어항을 떠나

깊고 넓은 연못으로 옮겨졌어요.

처음엔 너무 무서웠어요.

물이 깊고, 넓고, 낯설었거든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혼란스럽고, 익숙한 벽이 없는 세상이 불안했죠.

코아는 구석에 숨어 며칠을 조용히 지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코아는 조심스럽게 연못을 탐험하기 시작했어요.

햇살이 수면 위에서 반짝이고, 바람이 불면 물결이 일렁였어요.

부드러운 진흙 바닥, 물풀 사이를 지나가고, 다른 물고기들과도 마주쳤어요.

코아는 처음으로 '다른 삶'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조금씩 깨달았죠.

“내가 자라지 못했던 게 아니라,

자라지 않도록 갇혀 있었던 거구나.”

 

연못 속에서 코아는 더 멀리 헤엄치고, 더 많이 움직이며, 훨씬 건강하게 자라났어요.

자신도 몰랐던 힘과 가능성이 자라는 걸 느꼈죠.

그제서야 진짜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되었어요.

“나는 작은 물고기가 아니었어.

나는 단지 작은 어항 속에 있었던 거야.”

 

혹시, 지금 나도 작은 어항 속에 머물고 있지는 않나요?

누군가의 말, 스스로의 불안, 익숙한 환경이 나를 가두고 있진 않나요?

작지만 편안한 어항이 익숙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그 너머에는,

내가 더 크게 자랄 수 있는 세상이 있어요.

코아처럼, 나도 한 번 넓은 세상으로 헤엄쳐볼 수 있을지 몰라요.

 

처음엔 무서울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속에서 진짜 내가 자랄 수 있어요.

 

어쩌면, 지금이

작은 어항에서 벗어날 용기 있는 첫날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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